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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도 선진국에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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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도 선진국에 살고 있는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기 바란다.

 

코로나19 사태로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대응지침으로 손 씻기의 생활화를 강조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설이나 가정집은 수도꼭지만 돌리면 맑고 깨끗한 물이 나온다. 


특히 국내의 지자체별 상수도 보급률은 서울 등 7곳의 특·광역시는 99.9%, 시지역은 99.4%, 농어촌(면지역)은 92.3%로 각각 나타나 OECD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고맙게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처럼 맑고 깨끗한 물이 원활하게 공급된다고 해서 우리나라를 수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높은 수돗세에 놀라거나, 물이 필요한 순간에 단수사고가 발생하는 등 물로 인한 불편을 겪은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상수도 시스템은 공공이 체감하는 것보다 더 큰 모순을 지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수도 체계를 살펴보면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수도 사업장에서 요금수입은 생산원가를 한참 밑돈다. 그러다보니 기존 시설을 운영하는 것도 빠듯한 실정이어서 만성적인 부채와 자금부족 문제를 안고 있다. 당연히 시설 개량을 위한 투자 또한 부족하여 시설의 노후화가 가속되고, 노후화로 인한 누수 손실로 원가는 계속 상승하게 되는 악순환이 지속하는 것이다. 

 

사실 상수도 시설 등은 생산 과정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이 충분한데도 관리권한의 분산으로 인해 이를 적용할 수 없어 원가 절감이 더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면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곳은 인구 밀집도가 낮아 대규모 정수시설이 불가능한 시,군 및 도서 지역과 신규 시설 건립이 드문 저개발 지역들이다. 물 복지의 불평등이 염려되는 심각한 사안이다.

 

수돗물 등 상수도에 대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뿌리가 되는 ‘높은 원가, 낮은 단가’의 해결을 위한 정부의 의지와 국민의 이해가 필요하다. 지역 수도사업의 책임자는 개별 수도사업소장이 아니라 공공을 책임지는 정책당국이다. 


수도사업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예산 배정부터 투자재원과 전문 인력까지 책임지려는 의지가 필요하며, 주요 해외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지나치게 낮은 현행 공급 단가도 적정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못했던 이유는 시민과의 소통부족이다. 시민들은 매달 지불하는 수도요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수도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적절하게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나아가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수도요금 고지서 어디에도 이러한 정보는 없으며, 평소 잘 보지 않는 관련 기관 홈페이지에 사후 공개되는 정도이다. 이제는 일방적이고 파급력 없는 단순 정보 공개가 아닌, 수도 공급자와 시민 간 관련 정보와 피드백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소통창구가 필요하다.

 

1970년대와 80년대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우리나라 상수도 사업은 상당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따라서 40~50년이 지난 지금이 그 노후 시설물의 교체와 개량의 적기라고 본다. 만약 이 시기를 놓치면 적은 예산으로 해결할 수 있던 문제에 천문학적인 국비가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보통 민낯은 위기상황이 되어서야 드러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비교적 공공기반이 건실할 것으로 믿었던 미국과 유럽 등 여러 선진국들의 취약성이 그것이다. 물문제도 마찬가지다. ‘위기가 닥쳐서야 그 취약성을 깨닫는다.’면 이미 늦다. 차제에 우리나라 수도사업이 마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형국이 되지 않기를 정부와 수도사업자와 국민께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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