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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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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안보와 기후 위기 시대의 우리의 자세


언제부턴가 우리는 '사상 최악의 폭염'이나 '유례없는 폭우'라는 말을 일상처럼 듣게 되었고, 지구 온난화가 '기후 비상사태'로 격상된 오늘날 중동 지역의 끊이지 않는 전쟁과 정세 불안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게 석유 기반의 경제 구조는 이제 환경적 재앙을 넘어 국가 안보의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는데, 특히 원유 수입의 약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 유가와 물가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은 우리가 석유에 한없이 종속되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에너지 자립은 국가 안보의 핵심이며 화석 연료가 자원의 편재성으로 인해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것과 달리, 기술력만 있다면 자급자족이 가능한 태양과 바람 같은 재생 에너지는 외부의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에너지 주권'을 확립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현대 문명이 추구해온 효율성은 역설적으로 엄청난 양의 폐기물과 탄소를 양산하여 우리가 사용하는 석유가 플라스틱이 되어 바다를 병들게 하고 연료가 되어 대기를 뜨겁게 달구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이는 미세 플라스틱의 침범과 식량 안보 위협, 그리고 기후 난민 발생이라는 인류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 성장 지표 이면에 자리 잡은 회복 불가능한 자연 훼손을 직시할 때, 환경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 후손에게 빌려온 한정된 유산임을 깨달아야 하며 이제 '탄소 중립'과 'RE100'은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생존의 마지노선이 되었다. 


선진국들이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며 화석 연료 기반 제품에 높은 장벽을 세우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정부는 과감한 인프라 투자와 규제 혁신을 단행하고 기업은 친환경 공정으로의 체질 개선을 서둘러 사회 전반의 에너지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결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결국 "나 하나 쯤이야"라는 안일함을 버리고 지금 당장 화석 연료의 시대를 끝내기 위한 첫발을 떼는 것만이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고 다음 세대에게 에너지 걱정 없는 살아있는 지구를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제인 구달의 말처럼 우리가 조상으로부터 지구를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으로부터 빌려온 것임을 명심할 때, 중동의 전운과 기후 위기라는 이중고를 극복할 에너지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듯, 50년 후 우리 아이들이 누릴 세상을 위해 더 늦기 전에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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