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숫자가 보여주는 우리 산림의 위기
우리 산을 푸르게 지켜온 소나무가 다시 한번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바로 소나무재선충병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전국으로 확산됐으며, 최근 기후변화와 이상고온 등으로 소나무의 생육 여건이 악화되면서 피해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통계는 현재의 상황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림청과 e-나라지표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2014년 218만 그루에 달했다가 방제 강화로 2021년 30만 그루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23년 107만 그루, 2024년 90만 그루가 발생했다.
2025년 상황도 심각하다. 산림청은 2025년 5월까지 전국적으로 149만 그루의 감염목을 조사했으며, 감염목과 주변 감염우려목을 포함해 약 261만 그루를 방제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재선충병 발생지역도 전년보다 12개 시·군·구 늘어난 154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특히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5년 기준 극심·심 지역은 10곳으로 늘었으며, 이들 지역에서 발생한 감염목은 91만 그루로 전체 발생량의 65%를 차지했다. 포항·경주·안동·울산 울주·밀양·창녕 등이 극심지역으로 분류됐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재선충이라는 작은 선충이 솔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을 통해 다른 소나무로 이동하면서 확산된다. 감염된 나무는 수분과 양분의 이동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잎이 시들고 결국 고사할 수 있다. 한번 확산되면 넓은 지역의 소나무림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신속한 방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기후변화다. 산림청은 최근 기후변화와 이상고온으로 재선충병 매개충의 활동 시기가 빨라지고 서식지역도 확대되는 반면, 소나무의 생육환경은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기후변화가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소나무가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나무 몇 그루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하며 토양을 보호하고 수많은 생물에게 서식공간을 제공한다. 소나무림이 대규모로 훼손되면 산림의 생태적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피해목을 베어내는 방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밀한 예찰과 신속한 제거는 물론, 헬기와 드론, 라이다(LiDAR),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감염 의심목을 조기에 찾아내는 과학적인 방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산림청 역시 이러한 첨단 기술을 활용한 조사체계 구축과 피해지역의 수종전환 방제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감염목의 무단 이동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소나무류를 땔감이나 목재 등의 목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병해충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산림당국의 방제 노력과 함께 산림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한 이유다.
소나무는 우리에게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우리 산의 풍경을 이루고 역사와 문화 속에서 오랫동안 함께해 온 대표적인 수종이다. 2021년 30만 그루까지 감소했던 피해가 불과 몇 년 만에 다시 100만 그루 안팎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을 막는 일은 한 그루의 나무를 살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건강한 산림을 지키고, 탄소를 흡수하는 숲을 보전하며, 미래 세대에게 푸른 국토를 물려주는 일이다.
기후변화가 산림을 위협하는 시대, 이제 소나무재선충병 역시 단순한 산림병해충 문제가 아니라 기후위기와 산림생태계 보전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할 환경문제다.
우리의 관심이 늦어질수록 피해는 커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확한 통계와 과학적인 방제, 그리고 국민 모두의 관심이다. 소나무 한 그루를 지키는 것이 결국 우리의 숲과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